우리가 존재한다
- 에오

- 1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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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8시간 전
에오 씀
@PhilosophyIs
우리가 존재한다
꿈꾸고 사유하면 손해 보는 세상이다, 그리고 나는 구태여 어리석음을 선택했다. “철학 전공을 하고 싶어요…” 남들이 내게 대학 진학 및 미래 계획을 물어볼 때 괜히 문장 끝을 흐렸다. 돌아올 어른들의 대답은 물 흐르듯 뻔하고 내 의견을 펼쳐봤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반복을 통해 배웠으니까. 취업이 안된다, 졸업하면 뭐 해서 먹고 살 거냐, 사는데 하등 쓸모없다. 등등 다들 내가 미래를 망치는 고집을 피우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 해도 이 똥고집은 나에게 있어 유의미하다. 나는 철학에 위로받았으니까, 이 지구에 아직 1인분을 하고 있는 한 철학에 더 깊게 파고들지 않는 선택지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불가피하게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임을 증명할 수 있지 않은 한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됨’, 즉 인간의 조건들은 첫 들숨을 마시는 순간부터 자연으로 되돌아갈 때까지 모든 부분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가령 태어난 이상 죽음은 반드시 예정된 것이며, 다양하게 이름 붙인 사랑을 경험하고 또 고민하고 자유를 선망하는 그런 특성들이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존재에 대해 말하고 질문한다. 완전한 이해를 위한 존재의 정의와 의미가 오랜 시간 동안 논의됐고 또 여러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여전히 개인은 그 물음표를 지우지 못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우리 인간들은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조차 인간됨의 특성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언제 이루어질까? 우리가 한순간도 빠짐없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그 모든 시간의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먼저 인간은 감각을 활용하여 세계를 받아들인다. 이는 매우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부분을 사용한다. 또한 이 단계에서는 이성이 불필요하다. 인간은 주위 환경 중 무엇을 받아들일지 선택할 수 없다. 또한 이때 현실 세계의 존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개인에게 인식되었을 때 비로소 그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무엇을 인지할지 선택한다, 비록 이 과정이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에 일어난다 해도 말이다. 개인이 인지한 세상은 둘 중 하나로 나뉜다; 상식선에 있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것. 상식선에 있음은 sense (감각), 사물과 현상을 느끼고 이해함을 뜻하고 이치에 맞지 않음, nonsense (난센스) 는 말 그대로 우리가 살아온 세상과 상이해 감히 이해할 수 없음을 말한다. 맞닥뜨린 현실이 감각과 난센스 중 어느 곳에 속하든 간에 우리는 이 현상을 이해하려는 생각을 도출해 낸다. 그런 다음 이성을 이용해 납득 가능한 이유를 만들고 그 이유를 바탕으로 다시 개인이 현실을 재창조해 내는 것, 그것이 존재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위에 나열한 생각의 순서는 모두 우리의 인식 밖에서 이루어지며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복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존재하는 과정의 의미이다. 그러니까 이 복잡한 단계들을 걸쳐 무언가 결론이 있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그 공허를 채우려는 발버둥이 바로 인간됨 중 하나인 ‘의미 짓기’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존재 이유 혹은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냥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함. 인지할 수 있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유는 딱 잘라 말해 없다. 결국 인간은 존재를 정의하기 위해 무의미한 것을 쫓고 있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존재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를 논할 수 없다) 더 이상 어느 방향으로 고민을 뻗어야 하는지는 애매해진다.
그 순간에 철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있지도 않은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개인에게 그 또한 ‘인간됨’ 중 하나임을 알려주는 것, 의미가 존재하지 않기에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찾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것, 인간의 조건을 인정하고 그 두려움과 집착을 놓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이것이 바로 철학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이다. 이것이 내가 받은 위로이다. 그리고 이것이 철학이란 학문의 존재 이유이다. 따라서 나는 철학에 자신을 전부 쏟아붓지 않고서야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한 번쯤 인간으로서 철학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많은 이들의 예상외로 철학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을 설명하고 이해하려 하는 과정이다. 또 풀리지 않은 물음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경험만으로 우리는 꽤 큰 위안을 얻고 무의미해 보이는 내일을 향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진심으로 바란다, 언젠가 철학이 당신의 인생을 조금 가볍고 자유롭게 해주길. 그렇게 우리는 지금 존재한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존재'에 대해 멋대로 개인적인 결론을 내려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존재란 무엇인가요? 또 철학이란 당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나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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